1. 주간일기

주간일기 (5월2주차)

재윤이 2020. 5. 10. 10:45

주간일기(5월2주차) 

 

회사일이 요새 바쁘다. 쓸데없이, 음, 쓸데없이 바쁜 일들이 많아져서 기분이 얹짢았다. 그나마 이번주에 어린이날이 있어줘서 다행이지 싶다. 일주일치 돈을 벌었으니 더 이상 회사얘기 하지는 않기로 하자. 

 

어른에게 살가운 스타일이 못된다. 싹수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그냥 사람한테 관심이 별로 없다. 관심을 가지려 노력해도 그렇게 뇌가 돌아가질 않으니 행동에서 드러날 리 없다. 어쩌면  DNA부터가 달라먹었는지도 모르겠다. 나같은 사람들은 살갑지 못함에서 오는 분위기의 불편함을 인지하기도 어렵고, 인지한다 하더라도 용케 잘 감수해낸다. 그래서 스트레스 받는 쪽은 보통 내가 아니다.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. 죄송하게 되었습니다. 그런데 이 정도면 나 자신에게는 참 잘해야지 앞뒤가 맞을 것 같은데 내가 그걸 여태 안했구나. 이제 나를 더 잘 챙겨보자.  

 

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정동을 다녀왔다. 루쏘(LUSSO)라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. 약 두달간 커피에 손을 땠었는데 기분낸답시고 아메리카노 한 잔 시원하게 마셔줬다. 용돈으로 데이트하던 짤랑이 시절, 저렴해서 좋아했던 보리밥집과 와플집이 그대로다. 나는 좀 변했네 싶은데. 찰나의 씁쓸함도 잠시. 그래. 나는 좀 변해야지. 그때랑 같았을 내 모습을 생각하니 짜증이 확 난다. 오리지날 와플 3조각을 사서는 덕수궁 미술관을 마주하는 벤치에 앉았다. 덕수궁 미술관은 갈 필요도 없다. 그냥 가만히 분수대를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. 이 참에 궁 안에 갖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코로나 때문에 궁궐문이 모두 폐쇄가 되서 결국엔 궁 안의 하녀가 되는 거다. 어짜피 지금은 궁 밖의 하녀 아닌가. 멍 때리니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기분이 말로 못할만큼 좋았었다. 그래서 평소엔 잘 가지도 않던 기프트샵에 들렸다. 기분이 좋아서 인지 울산 암각화 손수건 한 장을 구입하게 되었다. 안 촌스럽다. 남색인데 곱다. 오늘 목에 두르고 나가봐야지.